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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순백의 소금꽃, '느림의 미학'으로 꽃피우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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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이 가장 맛있게 빚어진다는 6월. 따가운 햇볕을 짊어진 염부들이 고무래질로 바닥을 훓자 순백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 소금은 증도의 새로운 보물이다.

전남 신안군 증도는 요즘 한국에서 ‘섬 휴양지’로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증도는 1970년대 중후반 중국 송·원대의 유물 수만점이 인양되며 한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그 후로는 잊혀진 섬이 되었다. 그러다 2007년 12월 전남의 다른 3곳과 더불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슬로 시티(Slow City)’로 선정되며 ‘웰빙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2006년 여름에는 남해안 관광벨트 민자유치 사업의 첫 성공 사례로 고급 휴양 리조트가 들어서며 눈길을 끌었다. 증도는 이제 ‘에코·그린(eco·green) 투어리즘’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태평염전에 길게 늘어선 60여채의 낡은 소금창고.

#슬로시티와 태평염전

증도는 슬로 시티 국제연맹의 실사를 거쳐 지난해 말 전남 완도군 청산도, 장흥군 장평·유치, 담양군 창평과 함께 ‘슬로 시티’로 지정됐다. 슬로 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환경을 위협하는 바쁜 생활태도를 배격하고, 속도 지향의 생활 대신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한다.

증도가 슬로 시티로 지정되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게 태평염전(061-275-7541)의 천일염이다. 태평염전에서는 지금도 전통 수작업으로 소금을 생산한다. 염부는 저수지에 가뒀던 바닷물을 염전 위로 끌어와 햇볕에 말린다. 염도가 높아진 소금물을 무릎 높이의 함수 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염전으로 꺼내 말리기를 20여차례. 20여일이 지난 후 마지막으로 고무장판이 깔린 채렴장에서 고무래질을 통해 새하얀 소금 결정을 빚어낸다. 이런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다 보니 4월 중순부터 5개월 정도밖에 작업을 하지 못하며, 실제 채렴일은 90일 남짓에 불과하다.



◇바닷물을 염전에 담기 위해 수차를 돌리는 염부

단일 염전회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은 462만㎡(140만평)로 여의도의 2배에 달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연간 1만6000t으로 전국 생산량의 6% 정도를 차지한다.

태평염전 입구에는 소금에 대한 다양한 일화와 정보를 모아놓은 소금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해방되던 해 만들어진 석조 소금창고를 개조한 소금박물관은 지난해 태평염전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태평염전에는 이색 풍경이 또 하나 있다. 염전을 따라 일렬로 서 있는 낡은 소금창고 60여개다. 판자로 얼기설기 지어 놓은 소금창고에는 수십년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전남도와 한국관광공사는 14일 증도 걷기 및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증도의 명소를 중심으로 6.8㎞를 걷게 된다. 증도는 느리게 걷기에도 좋지만, 섬 규모가 자전거로 돌아보기에도 적당하다. 증도 면사무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지금은 무료지만, 올 8월부터는 수리비 명목으로 하루에 한 대당 2000원씩을 받는다.



◇짱뚱어 다리의 야경.

#우전 해수욕장과 짱뚱어 다리

증도 서남쪽에는 길이 4㎞, 폭 100m의 광활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뻘과 모래가 섞인 국내 유일의 해수욕장인 우전 해수욕장이다.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다. 우전 해수욕장의 남쪽 끝에 ‘엘로라도 리조트’(www.eldoradoresort.co.kr/061-260-3333)가 들어서 있다. 국내 어떤 리조트와 견줘도 손색없는 고급 휴양시설이다. 엘로라도 리조트 바로 옆에 자리한 갯벌생태공원에서는 세계의 갯벌과 갯벌 생물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우전 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429만㎥(130만평)의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다.

이 갯벌을 가로지르는 길이 470m의 짱뚱어 다리는 증도의 또다른 명물. 바로 아래 갯벌에 짱뚱어가 유난히 많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증도 최고의 해돋이, 해넘이, 야경 명소이기도 한 짱뚱어 다리 주변에서 매년 8월 초 ‘섬 갯벌 올림픽 축제’도 열린다.



◇짱뚱어와 농게가 지천인 증도의 청정 갯벌.

#꽃봉오리를 닮은 섬, 화도와 노두

만조 때면 섬이 마치 꽃봉오리처럼 보인다는 화도. TV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증도와 1.2㎞ 떨어진 화도는 ‘노두’로 연결되어 있다. 노두는 갯벌 위에 돌을 놓아 건너다니던 일종의 징검다리로, 물이 차면 사라지고 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자동차도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 포장을 해 놓았다. 천천히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건너도 좋다.

노두를 따라 샛노란 금계국과 백년초가 만개한 증도와 화도를 오가다 보면 이곳에서는 시계바늘이 정말 천천히 돌고 있다는 느낌에 젖게 된다.

중국 송·원대 도자기와 동전 등 모두 2만3000여점의 유물이 쏟아지며 ‘보물섬’으로 불리던 증도. 유물이 쏟아진 검산마을 에 지금은 기념비 하나만 서 있을 뿐이다. 이제는 천연 염전과 청정 갯벌, 금빛 해변이 증도의 새로운 보물이 되어 가고 있다.

증도(신안)=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분기점에서 무안∼광주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무안 나들목으로 빠져 나온다. 연륙교로 연결된 지도, 솔섬을 거쳐 사옥도의 지신개 선착장까지 간다. 지신개에서 증도 버지 선착장까지 철부선(카페리)이 2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15분 정도 걸린다. 초여름 증도의 별미는 병어다. 7∼8일에는 지도에서 병어축제도 열렸다. 고향식당(061-271-7533)의 병어회와 병어찜이 유명하다.

증도면 사무소(061-271-7504).


기사입력 2008.06.12 (목) 21:50, 최종수정 2008.06.13 (금)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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